LG디스플레이의 유상증자 모집 성공이 투자자에게 나쁜 이유

썸네일 10
LG디스플레이 유상증자 성공이 좋은건가?

한국 투자자들에게 LG디스플레이 주식은 참 애증의 주식이다. 디스플레이가 한국의 주력 산업이었고 파주 LG디스플레이 단지가 한국의 자랑처럼 여겨질 때도 있었다. 지금은 어떨까? 지금도 희망을 가지고 LG디스플레이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있으나 나의 의견은 글쎄다.

✅ 최근 LG디스플레이 유상증자가 모집에 성공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완판 뉴스
LG디스플레이 유상증자 완판 뉴스, 출처 : 딜사이트 뉴스

LG디스플레이 유상증자가 주주 배정에서 ‘완판’되었다는 뉴스가 나왔는데, 마치 아파트 분양 완판! 같이 뭔가 좋은 것처럼 완판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완판! 이라는 단어와는 다르게 주가 흐름은 영 아니다. 왜 이런걸까? 유상증자 완판이 투자자에게 좋은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포스팅에서 한번 살펴보자.

글이 좀 길어질 수 있으나 필자가 직접 쓴 글이니 도움이 될거라고 본다. 귀찮으면 보지 않아도 좋다. 투자를 함에 있어서 이 정도 글도 읽지 않는다면 뭐..

< 본 글은 투자 권유 글이 아니며, 모든 투자의 책임은 본인에게 있음 >


LG디스플레이의 유상증자 모집 성공에도 주가가 하락하는 이유

필자는 기업들이 유상증자 뉴스를 다룰때면, 언제나 이렇게 말한다.

” 유상증자도 좋은 유상증자가 있고 나쁜 유상증자가 있다”

라고. 이에 대한 내용을 아는 사람이라면 지금 내용은 건너뛰고 다음 목차로 바로 넘어가도 좋다. 모른다면 앞으로의 투자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알고 가야 한다. 쉽게 말해보자.

✅ 시설투자를 위한 유상증자는 OK, 운영자금이나 채무상황을 위한 유상증자는 NO.

예를 들어보자. 나는 연필을 판다. 내 공장에서는 1년에 연필 1000자루를 만들 수 있다. 그런데 주문이 폭주해서 5년치 주문량만 50000자루가 들어와버렸다. 1년에 9000자루를 더 만들어야 한다. 생산시설을 더 늘릴 수밖에 없어서 유상증자로 돈을 모으고 생산시설에 투자했다.

위와 같은 경우는 기업의 미래 성장을 위해 시설에 투자하는 것이므로, 유상증자로 인해 주식수가 늘어나고 주식 가치가 잠시 훼손되더라도 기업의 성장세가 확인되면 주가는 다시 오른다. 그런데 아래 예시는 다르다.

나는 연필을 판다. 나는 부채가 10억 있다. 이 부채를 갚지 못하면 기업이 파산한다. 어쩔 수 없이 유상증자를 통해 돈을 모아서 부채를 갚았다. 근데 앞으로는 어쩌지..?

이럴 때 하는 유상증자는 투자자에게 독이다. 미래가치가 보장되지도 않았는데 단지 기업의 존속만을 위해 돈을 날린 셈이다.

✅ LG디스플레이의 유상증자가 딱 후자의 경우다.

LGD유상증자금액사용처
LG디스플레이 유상증자 금액 사용처

LG디스플레이의 유상증자 금액은 약 1조 3000억원인데 이 중 운영자금과 채무상환자금으로만 약 8700억원을 사용한다. 기업의 존속을 위해서만 유상증자 금액의 대부분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미래를 위한 시설투자로는 끽해야 4000억원 정도를 사용하는 정도다.

✅ 문제는 유상증자로 늘어나는 주식 수다.

이번 유상증자로 인해 LG디스플레이의 주식 수는 1억 4200만주가 늘어난다. 현재 주식 수가 약 3억6천만주니 약 30%가 넘게 늘어나는 것이다. 주식 수가 늘어나는 만큼 주식 가치는 훼손된다. 유상증자 후 기업의 성장성이 훼손된 주식 가치보다 더 높지 않으면 주가는 회복되지 못 한다.

✅ 주가를 보면 시장의 판단을 알 수 있다. 시장은 이번 유상증자로 인한 기업 가치 상승을 부정적으로 보는 듯 하다.



유상증자가 ‘완판’ 됐음에도 주가는 오히려 하락했다. 과거 에코프로의 유상증자가 완판 되었을 때와는 아주 딴판이다. 그리고 완판도 완판 나름이지 LG디스플레이의 완판은 눈 가리고 아웅하기 식이었다.


LG디스플레이 유상증자 완판이 가짜인 이유

LG디스플레이 유상증자는 가뜩이나 나쁜 유상증자인데, 완판도 가짜 완판이나 다름이 없다. 아파트로 따지면 할인 분양을 해서 완판된 것이다.

낮춘 모집가액
낮춰버린 모집가액

원래 LG디스플레이 유상증자 모집가는 10000원대였다. 이게 유상증자 발표 후 주가가 급락하면서 9000원으로 깎인 것이다. 나쁜 유상증자와 좋은 유상증자는 주가만 봐도 알 수 있다.

✅ LG디스플레이의 유상증자는 나쁜 유상증자 + 실패한 유상증자다.

유상증자 모집가액이 9000원이니 분명 주가는 최소 9000원대로 하락하게 될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돈을 모으기만 하면 장땡이니 투자자야 어찌되든말든 알바 아니라는 식으로 나오는게 당연하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개피를 보는 유상증자가 아닐 수 없다.

조금이라도 다행이라고 한다면 시설투자금액을 줄이지는 않았다는 점일까? 그런데 시설투자를 한다고 해서 중국의 디스플레이를 이길 수 있나..?


LG디스플레이는 LG그룹에게 버림 받았나?

유상증자야 그래, 그렇다고 치자.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옛 말에 언 발에 오줌 누기라는 속담이 있다. 지금 LG디스플레이의 행동이 딱 이렇다.

언 발에 오줌
언 발에 오줌 누기

LG디스플레이가 이번 유상증자로 인해 무언가 하려 했다면 다르게 했어야 했다. 구조조정을 통해 운영비를 극도로 줄이고, 부채는 영업이익이 잘 나오는 모회사인 LG전자로부터 지원을 받아 해결했어야 했다. 유상증자는 오로지 시설투자에만 사용하여 중국의 추격을 따돌렸어야 했다.

그런데, LG전자는 역대 최대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달성했다고 자랑하면서도 자회사인 LG디스플레이에게 의미있는 지원을 하지 않았다. 오로지 투자자들의 돈으로 기업의 구멍을 메꿨다. 그룹 차원에서 LG디스플레이가 버림 받았다고 판단하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유상증자로 당장의 상황을 개선시켜봤자, 시간이 지나면 다시 원상태가 될게 뻔하다. 언 발에 오줌 누기다.

✅ 그룹 차원에서의 지원이 LG에너지솔루션과 너무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밀어주는 사업에 투자를 하라는 말이 있다. 이걸 그룹으로 바꿔 말하자면 그룹이 밀어주는 기업에 투자하는게 좋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반대로 그룹이 버린 기업에 투자를 하면? 결코 좋지는 않다.

✅ LG디스플레이 실적을 보면 계륵인게 사실이다.

LGD실적
LG디스플레이 실적

영업이익이 잘 나올 때도 있었으나 2018년부터 지금까지 영업이익적자인 경우가 훨씬 많았고, 부채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사실 이해득실만 따지자면 그룹에서 버려야 하는 기업이 맞다. 버려야 하는 기업을 여러가지 이유로 여기까지 질질 끌고 온 것이다. 이런 기업에 개인이 투자를 한다? 말리고 싶다.


예전 기억을 떠올리며 마무리

주가를 보니 예전 2021년 말 쯤의 기억인데, 온 국민이 주식 투자 열풍에 빠졌을 때 직장 후배가 LG디스플레이 주식을 샀는데 어떠냐고 물어본 적이 있었다. 나는 LG디스플레이와 한국전력을 동급으로 보기 때문에 당연히

” LG디스플레이를 왜 샀어..? 무슨 좋은 호재라도 있대? “

라고 물어봤는데, 후배가 하는 말은 이랬다.

” 이제 곧 실적도 좋아지고 기업도 살아난다고 하더라구요 “

이 때 나도 솔깃하여 LGD를 공부했었는데 투자는 하지 않았다. 실적이 좋아질 것 같긴 했으나 이게 장기적으로 유지될거라고 보이진 않았다. 중국의 추격이 디스플레이 산업의 근본적인 문제였는데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결국 2022년부터 실적은 다시 악화되었고, 주가도 하락했다. 지금도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후배는 나에게 다시는 주식을 안 하겠다고 다짐하며 주식 시장을 떠났다. 퇴사한 이 친구가 지금도 주식을 안 하고 있을지는 모르겠다.

주식의 가치는 결국 성장성에 있는데, 이 성장성을 개인이 판단하기는 매우 어렵다. 이럴 때 미국 정부의 판단, 그룹의 판단 등을 잘 살펴보면 투자의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나보다 훨씬 똑똑한 사람들이 결정하기 때문이다.

이만 총총.

1 thought on “LG디스플레이의 유상증자 모집 성공이 투자자에게 나쁜 이유”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