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수도철학관에서 사주 본 후기, 내돈내산 8만원

사주본후기
대구수도철학관 사주 본 후기

설날 떡 값도 들어 왔겠다, 근 몇 년간 재미로라도 사주를 안 본지가 꽤 되어서 사주를 보기로 결정. 예전에 우연히 알게 된 대구수도철학관에서 전화사주를 봤다. 대구까지 가기는 너무 멀고 시간도 낭비니까 전화로 결정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차라리 소고기나 사 먹을걸 이었다. 전화사주라서 그런게 아니라 이 철학관의 ‘철학’이 나와는 맞지 않았다. 사주를 볼 사람들이라면 참고해보자.

✅ 이 글을 읽으면 어떤 철학관을 가면 안 되는지 알 수 있다.

글이 좀 길다. 필자의 인생관도 담겨 있는 글이라 그렇다. 읽다 보면 재미도 있을거라고 생각하는데 글쎄 ㅎ;;


사주를 보는 곳의 이름이 철학관인 이유

대구수도철학관에서 사주를 본 이후 돈이 아깝다고 느낀 이유는, 내 사주가 안 좋게 나와서가 아니라 철학관에 철학이 없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사주를 본다는 것은 한 사람의 인생을 사주라는 도구를 이용하여 논한다는 뜻이고 이는 말 한 마디도 깊이 고민하여 나와야 한다는 뜻이다. 한 사람의 인생에 왈가왈부 한다는 것이 가벼운 일은 아니니.

이런 이유로 사주를 보는 곳들의 이름에 ‘철학’이 들어가는 것이다. 철학이라는 무거운 이름 아래 사주를 논해야 하니까. 그런데 대구수도철학관은 .. 음.. 내가 느낀 바로는 너무 가벼웠다. 상담 내용 중 일부를 말해보자면

” 내가 정답을 알려줄게! 걔는 아니다! 답이 없다! + 경박한 말들 ” * 10

” 지금 여자친구는 갔더 버리라! 걔는 버려도 달라 붙을 힘도 없다!” 등

부분. 내가 실망한 부분은 2곳이다.

  1. 인생에 정답이 있다는 듯이 말한 것.
  2. 사람의 인연을 가볍게 말한 것.

이 사장님은 반복해서 정답을 알려준다며 필자의 연인과 반드시 헤어져야 한다고 반복했다. 돈 버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릇 사주란, 정답을 알기 위한 도구가 아니며 사람이 들고 있는 무기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 알려주는 가이드다.

감히 그 어떤 이가 인생에 정답이 있다고 말하는가? 인생의 흐름은 만 갈래로도 나뉘어 질 수 있고 그 어떤 것으로도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 그런데 사주를 본다는 사람이 이런 사실을 망각하고 자신감 있게 정답을 알려준다고 하니 나로서는 매우 의아했다. 정답이 있다고? 이 말을 듣자마자 돈 버렸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2010년 3월 11일에 타계하신 고승 법정스님이 말씀하시기를, 사람의 인연이란 내가 붙잡는다고 붙잡히는 것이 아니며 내가 떨쳐낸다고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셨다(시절인연). 이처럼 사람의 인연이란 하늘이 내려준 것이며 나에게 온 그 어떤 인연도 가볍게 여겨서는 안된다.

대구수도철학관의 사장님은 스쳐간 인연도 아닌 무려 나와 2년을 사귀고 있는 연인과 헤어지라고 말을 했다. 헤어지라고 할 수 있다. 궁합이 맞지 않거나 사주상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면 그리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이유가 ‘돈’ 때문이라면 말이 달라진다.

오로지 ‘돈’이 없는 사주이기 때문에 헤어지라고 반복해서 말하는데 이는 철학관에 ‘철학’이 없다는게 너무 명확히 드러난 부분이었다. 오로지 ‘돈’만 이야기하는 철학관에 무슨 철학이 있겠는가?

나와 연인 모두 돈이 없는 사주라고 한다. 그런데 어찌 인생에 ‘돈’이 전부겠는가? 애초에 모든 사람이 ‘돈’을 풍족하게 가지고 태어날 수는 없는 법이다. 어떤 사람은 돈 보다는 인성을 더 많이 가지어 주변에 사람이 풍족할 수 있으며 어떤 사람은 덜 가지더라도 더 나누면서 만족감을 느끼는 사람일 수도 있다.

사주란, 좋고 나쁘고가 아니라 어떤 부분을 타고 났으니 이런 부분은 넘치고, 이런 부분은 부족하다 정도를 알 수 있는 것이지 이것으로 좋고 나쁨을 판단할 수는 없는 법이다. 예를 들어 도끼로 나무는 패지만 회를 뜰 수는 없고 회칼로 회는 뜨지만 나무를 팰 수는 없다는 것이다. 사주를 봐주는 사람은 도끼를 가진 사람에게 나무를 패면 좋겠다 라고 말해주고 회칼을 가진 사람에게 회를 뜨면 좋겠다 라고 말해주는 것에 그쳐야 한다. 그럼에도 도끼를 가진 사람이 회를 뜨고 싶다 말한다면 도끼를 조금 작고 예리하게 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해야 한다. 이 세상이라는게 꼭 도끼로 나무를 패는게 정답인 세상이 아닌 이유이다.

이 철학관에는 철학이 없고 오로지 돈만 생각하고 있으니, 돈만 쫒은 사주풀이를 하고 있더라. 무릇 내가 돈 복이 없는 사주라 해도 돈이 없다면 다른 것이 채워져 있을 것이다. 이런 부분을 발견해야 하는게 사주인데 오로지 돈 이야기만 하니 답답할 뿐이었다. 게다가 연인을 버리라니? 연인을 버리라는 그 표현이 너무 천박하여 이 글에는 쓰기 싫다.

” 몇 년생 여자를 만나야 잘 풀릴 수 있어!”

라는 말을 정답이라고 계속해서 말하는게 정상은 아닌 듯 보인다. 설사 내가 특정 연생의 다른 여자를 만나서 더 잘 살 수 있다 한들 누구를 만나게 될 줄 알고 인생을 확언하는가? 인연에 대한 이해, 삶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아 보였다.

✅ 사주를 보려는 사람이라면 진짜 철학관을 가야지, 이름만 철학관인 곳은 피해야겠다.


통화만 약 1시간, 내가 한국인과 대화하는 게 맞나

통화내용
통화만 52분.. 내 시간 ㅠ

대구수도철학관 전화 사주를 보는게 더욱 힘들었던 이유는 너무 심한 경상도 사투리였다. 심해도 너무 심했고 발음도 너무 새는 발음이시라 도통 말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통화만 1시간을 했는데, 내가 한국인과 대화를 하는 건지 외국인과 대화를 하는 건지 듣기가 힘들었다.

사주를 보는 사람이라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명료하게 오해가 없도록 말해야 한다. 이 부분 때문이라도 이곳을 추천하지 않는다.

통화는 1시간이었지만 내용은 딱 2가지였다.

  1. 필자나 연인이나 돈 복이 없다.
  2. 내가 살려면 연인을 버려야 한다. 그리고 특정 연도에 태어난 사람을 만나라.

이 내용만 엄청 심한 경상도 사투리와 새는 발음으로 주구장창 반복 하는데 듣는게 고통이었다. 나는 위 내용은 알겠고, 다른걸 물어보고 싶었는데 내가 물어본 건 1분도 안되서 끝. 본인이 할 말만 하고 끝냈다. 녹음을 다시 들어봐도 뭔 말인지 알 수가 없다.

찐 경상도인이 아니라면.. 비추.


과거 내용도 틀린 부분들, 신뢰가 없었다.

내 과거 이야기를 하는데 8년 전에 어떤 일을 그만 뒀다던가, 공무원(중견기업) 사주는 아니라던가, 라는 부분을 말해주며 나는 돈 복이 없다고 했는데 벌써부터 틀렸다. 필자는 한 직장에서 11년차 직장인이다. 11년을 다녔다는 말에서 추측할 수 있듯이 이 직장이 나쁜 직장이 아니다.

과거부터 틀렸는데 신뢰가 갈까? 무릇 사주라는 것은 이 사람이 어떤 길을 걸어 왔는지에 대한 큰 범주는 맞춰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신뢰가 가질 않았다.

또, 나에게 돈 복이 없다 하였는데 성공한 청년 사업가처럼 부자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부모님 도움 없이 독립된 생활을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대구수도철학관은 본인의 생각과 풀이에 몰두하여 다른 부분을 보지 못하는 철학관인듯 싶었다. 내가 아니라고 말했을 때, 다른 풀이를 해줬으면 좋았을텐데, 같은 말을 하니 믿음이..

단 하나 맞은건 내가 땅과 인연이 없어서 공인중개사는 하면 안 된다는 것. 이 부분은 나도 동의. 왜나하면 공인중개사를 한다고 샀던 책이 지금은 고양이 밥그릇 받침대로 사용되고 있으니. ㅋ

새봄이밥그릇
고양이 밥그릇 받침대 ㅋㅋㅋ

사주풀이 후기 글을 마치며-

나는 사주를 보면서 내가 하는 것에 도움을 얻고자 했다. 예를 들어, 내 사주의 어떤 장점을 살려야 블로그에 도움이 되는지, 내가 은퇴 후 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 이 부분은 어떤지, 돈이 모자랄 때는 어떻게 헤쳐나갈 수 있을지 등.. 내가 도끼를 들고 회를 썰고 있지는 않은건지, 어떤 도구를 더 잘 써야 하는지에 대한 도움을 얻고자 했는데, 말 같지도 않은 ‘정답’ 이라는 것을 얻었으니 돈만 날렸다.

전화사주 비용은 원래 5만원에 갑자기 궁합까지 봐준다 하여 3만원이 추가, 총 8만원이었는데 이 8만원은 새해 액땜 비용으로 생각하려고 한다.

애초에 정답이 어디 있고 사람 인연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가? 철학이 없는 철학관이었다. 여자친구랑 소고기나 사 먹을걸.

철학관 사주 보다는 운전하면서 들은 아래 영상이 나에게 더 큰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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